L.I.B 7팀 나만의 가면마저 벗게 하는 프로하비

작성자
ph
작성일
2025-07-21 21:53
조회
1662

좋아하지 않는다

대형 모임, 술자리, 사진 찍기

.

.

.

근데 제가 엠티를 갔고요…? ?_?


<내향인의 7팀 생존기>

연극 러브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처음 프로하비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정말 아무 정보 없이 간 터라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 줄 몰랐다.

한 팀에 22명이요? 근데 그게 여덟 팀이나 있다구요?

초반에 대본 리딩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의심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3시간 동안 내내 참여하게 만들 것인가.

22명 중에 주연은 5~6명이고 나머지는 다 단역이라 극 중에서의 비중이 크지 않을 텐데

어떻게 책임감을 스스로 부여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

오디션 이후 팀이 정해지고 나서부터 본격적인 연기 수업에 돌입했는데

참으로 생각지도 못한 수업이었다.

바로 ‘살아있기’ 수업.

간단하게 말하자면 상황과 역할만 부여받고 대사는 모두 애드립으로 진행해야 되는

특이한 형태의 수업이었다.

연기를 할 때 기계처럼 대사만 외워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 대사를 뱉는 그 순간만큼은 진짜 그 인물로서 살아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인물이라면 이 상황에서 이런 말을,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를 빠르게 생각해내서 상대방과의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굉장한 순발력이 필요했다.

이 수업을 할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과 데면데면하거나 겨우 말을 튼 상태였고,

나는 스스로 순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런 수업이 아주 쥐약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가 잘 해냈다.

나는 내가 나인 채로 남들 앞에 서는 것은 힘들지만 내가 아닌 상태에서 남들 앞에 서는 것은 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향인들은 다들 대외활동을 위한 가면 하나 정돈 있잖아요..?)


처음에는 팀을 정해서 일상적인 상황과 역할을 받고 상황극을 해갔다면

수업이 점점 진행될수록 극 속으로 들어가서 상황극을 진행했다.

이때 진짜 너무 재밌었다.

대본 보고는 그냥 그렇군- 했던 것들이 배우들을 만나서 진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고

대본보다 훨~~씬 재밌었다.

그리고 ‘택틱’ 정하기 수업을 했는데 이것 또한 흥미로운 수업이었다.

극이 진행됨에 있어서 전환점이 되는 구간을 택틱이라고 하는데

택틱은 대사에 있을 수도 있고 지문에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내용만으로 택틱을 나누기보다는 호흡이 바뀌는 구간을 파악해서 택틱을 정하면 대사를 외우지 않고도 극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연출님의 지론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이렇게 둥그렇게 앉아 대본을 보지 않고 택틱만으로 배우들이 극을 이끌어갔다.

처음에 택틱만 외워도 연극 할 수 있다는 얘기가 이 얘기였구나 라는 걸 확실하게 알게 해 준 수업이었다.

주연은 주연의 역할을 하고 단역들은 그 외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나가면서 모든 배우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러인부 연극을 하면서 연기보다 더 많이 한 것이 안무 연습….

오늘 배우면 담주에 까먹고, 오늘 배운 것 오늘 잊어먹고 해서

공연이 세 달 남은 시점부터는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스포) 엔딩 춤은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너무 어려워서

쉬는 시간에도 안 쉬고 춤을 배우고 연습을 꼬박꼬박 나가서 춤을 꼭 배워야했다.

지금은… 잘 추는 건 아니지만… 동작은 맞춰서 할 수 있다!

(우리 팀은 안무팀장도 있지롱)

매주 모여서 매주 회식을 해도 가지 않았고 사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안 좋아해서 매번 찍는 연습 사진과 영상이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역이었는데

매주 한 번 내지 두 번을 보고 부대끼며 와글거리니 팀 안에 스며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엠티도 갔던 게 아닐까? 스케줄까지 조정해가면서?

정말 내가 어디 가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들 너무 착하고

대형 그룹을 힘들어 하는 내가 처음에 했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연습도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런스루가 진행되면서 점점 더 재밌어지는 7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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